주님의 눈물

Category: 선교인식여행언론 보도

ⓒ송영근

“내 계명은 곧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서로 사랑하라 하는 이것이니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 (요 15: 12, 13)

사실 원주민에 대해서 몇 가지 정보만 있었을 뿐, 내 자신의 의지보다는 하나님의 강력한 강권하심이 여러 차례 있었음을 인해 여행을 결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출발 전날, 하나님은 갑자기 이 말씀을 주시면서 “원주민을 향해 가되 그들을 너의 친밀한 친구로 여기며 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너는 그 친구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없이는 그들에게서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일단 가는 것만으로도 많은 부담을 감수하고 있는데… 상당히 부담스러운, 그러면서도 두렵고 떨리는 말씀이었다. 얄팍한 동정심이나 어떤 사명감 정도로는 그들과 어떤 관계도 맺을 수 없고 오직 아주 값비싼 낮아짐과 사랑이 없다면 그들 마음의 문을 열수 없다는 뜻이라고 여겨졌다.

 

기대 반, 우려 반의 여행

8월 27일(월), 선교 인식여행(Mission Awareness Trip)이라는 약간은 생소한 단어를 접하며 기대 반, 우려 반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동행한 분들은 주정오 목사(열린문교회), 이영식 목사(한민장로교회), 김완일 목사(캔버라한인교회), 김종렬 목사(에쉬필드한인장로교회), 배진태 목사(청운교회), 송영근 선교사(한의선교공동체, GAMA) 등 총 6명이었고 호주 원주민선교회 AIM 대표 트레버 레갓 목사(Rev. Trevor Leggot)의 안내로 앨리스 스피링스(Alice Springs)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다른 일행과 달리 필자는 혼자 동떨어진 좌석을 배정 받았다. 우측에는 백인 여성이, 좌측에는 지성적인 느낌의 원주민 남성이 그리고 그 한가운데는 내가 앉게 되었다. 우측의 백인 여성과 가벼운 인사와 서로를 소개하는 담소를 나눈 뒤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원주민 남성과도 눈인사를 하게 되었다. 처음엔 약간 어색했지만 이내 원주민 남성은 환한 미소로 나를 대했다. 좌우를 오가며 소통을 하는데, 백인 여성이 원주민 남성에게 직접 말을 건넸다.

그러나 예상치 않은 사태가 발생했다. 원주민 남성은 못들은 척 대답도 하지 않더니 백인 여성이 계속 관심을 갖고 질문을 하자, 급기야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대화를 싹둑 거절하였다. 가운데 앉아 있던 내가 당혹스러울 정도로. 이런 상황을 통해 나는 하나님이 내게 알리고자 한 뜻이 있었음을 느꼈다.

 

원주민 선교의 가능성 체험

앨리스 스피링스에 도착하여 AIM Alice Springs Town Camps에 여장을 풀고 AIM 사역자 부부(Phil & Cathy Stuart)와 저녁식사와 더불어 교제를 하게 되었다. 교제 내내 그들은 자신들의 지친 모습을 역력히 보여주었다. 또한 원주민 사역에 깊은 회의를 나타내었다. 사역의 한계에 와 있음을 모두 느끼게 되었다.

우리 모두 같이 아파하며 그들을 위로하고자 하였고 교제 후 우리 팀 자체 미팅을 통해 깊은 토론과 함께 그 사역자들을 위한 중보의 자리로 나아갔다.

첫 날부터 만만치 않은 이런 상황들을 접하면서 우리 팀은 한인교회를 향한 강도 높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날 우리는 500여km 떨어져 있는 Tennant Creek으로 향했다. 예술적 감각을 풍성히 가지고 있는 원주민들이 기독교적 미술 작품을 만드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었다. Pink Palace라는 곳이 바로 그 곳이다. 크리스찬 원주민들의 성공적인 생활의 예를 본 듯했다. 하나님의 형상인 창조성을 바탕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나타내고 찬양한다 것은 우리의 깊은 감동을 불러 일으킬 만한 일이었다.

이 테난트 크릭(Tennant Creek)교회에서 우리 일행은 AIM 원주민 지도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성경공부에 참여하면서, 원주민 지도자들에 의해 아름답게 세워져 가는 공동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교회뿐 만 아니라 그 지역에 아름다운 영향을 미치는 공로가 인정되어 지역사회에서 중형 버스를 기증하고 차를 보관할 수 있는 차고도 지어 주었다.

원주민 사회에 진정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고 있는 성도를 만나게 된 것이다. 원주민 선교의 가능성을 보게 되면서 동시에 우리의 기준이 아닌 저들의 기준으로 다가가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운 경우였다.

우리는 다시 북쪽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엘리오트(Elliot)라는 지역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마침 그 곳에 1~2달 기간을 머물며 원주민들을 섬기는 백인 사역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들의 사역 소개도 받고 원주민 사역의 다양성을 보게 되며 위로하고 격려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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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원주민 인식여행 목회자일행들. 왼쪽부터 김종렬 목사, 이영식 목사, 배진태 목사, 김완일 목사, 원주민 사역자 해롤드, 송영근 선교사, 주정오 목사 ⓒ송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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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난트 크릭 지역 커뮤니티에서 교회에 기증한 중형버스 ⓒ송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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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M교회에서원주민 지도자들과 만나 성경공부하는 원주민 인식 여행팀.(우측 2번째가 AIM대표 트레버 레갓 목사) ⓒ송영근

원주민들을 사랑하는 주님의 눈물

특별히 봅과 뎁 메카렐(Bob & Deb Mckerrell) 부부는 Bush Meat Project라는 사역을 하는 팀인데, 이 사역은 야성을 잃어가는 원주민들에게 부시(Bush)에서 살아가는 방법인 사냥을 가르치며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싼 물가를 보이고 있는 이 지역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었다. 덕분에 우리 팀도 사냥으로 잡은 야생 칠면조를 구워 먹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 작은 원주민 마을인 엘리오트에서 원주민이면서 이 지역의 사역자인 해롤드(Harold)를 만날 수 있었다. 수년 전 예수님을 만난 그는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그의 특기인 컨트리 뮤직(country music)을 통해 찬양 앨범을 이미 발급했을 정도로 견고한 신앙 생활을 하던 그였다. 그러나 우리가 만났을 때 그는 무척 어려운 시기를 지내고 있었다.

씨족사회와 같은 원주민 사회는 부족끼리 모든 것을 공유하고 삶을 함께 해야 하는 사회이다. 이곳에서 그의 사역에 대한 부족사회의 경계와 압박은 그에게 견딜 수 없는 외로움과 고난이었다. 견디다 못해 그는 깊은 영적 침체에 빠지게 되었고 다시 알코올을 가까이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수님께서 그의 꿈에 나타나셨고 그는 새롭게 하나님 앞에 나오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아직도 그의 얼굴에는 절망과 슬픔이 가득했다.

나는 문득, 출발 직전에 하나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하나님께서는 내게 “내가 이 원주민들을 무척 사랑한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헤어지려는 그를 붙들고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이 이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나에게 하신 말씀이 있었는데, 그 말은 바로 당신을 향해 주신 말씀인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하롤드 당신을 무척 사랑한다고 전해주라 하셨습니다.”

순간 그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얼마나 가슴 뭉클하고 감격스럽든지 그를 부둥켜 안았다. 그의 눈물에서 나는 주님의 눈물을 보았다. 원주민들을 사랑하는 주님의 눈물! 그들이 주님께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아버지의 눈물! 그들의 아픔을 같이 아파하시며 그들을 위로하시는 주님의 눈물! 그 주님의 눈물을 마음에 간직하고, 해롤드와 같은 외로움에 고통당하거나 주님을 알지 못해서 오늘도 지옥과 같은 삶을 사는 이들의 눈물을 씻어 줄 사람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나는 해롤드에게 “당신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도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돌아섰다.
다음 날 아침 우연히 길에서 만난 해롤드는 전날과는 완전히 다른 얼굴로 뛰어와 우리 팀들을 향해 힘차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그의 심령은 그를 기억하시고 사랑하시는 하늘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감격으로 가득했을 것이라 믿는다.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히 여기시고 그 한 영혼을 위해 죽기까지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에 다시 한번 감사했다. 그의 모습 뒤에서 환하게 웃고 계시는 아버지가 보이는 듯했다.

 

누가 우리를 위해 갈꼬

긴 시간을 함께 여행하면서 우리 일행은 어느덧 한 팀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팀이 되어 있었다. 동행했던 한 목사님의 간증을 나누면서 이 보고를 마치려 한다.

이 목사님이 22년 전 한국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하고 있을 때, 어느 날 새벽예배를 마친 뒤 모든 성도가 돌아가고 홀로 남아 기도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교회 입구에서부터 자신의 옆까지 저벅저벅 걸어 들어오는 것이 느껴져서 담임 목사께서 말씀하실 이야기가 있어서 오셨나 보다 하고 눈을 떠보니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다시 기도에 전념하는데 다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와 자신의 바로 옆에서 멈추었다. 다시 눈을 떠보니 아무도 없었다. 다시 기도에 들어갔는데 또 다시 발걸음 소리가 들려서 보았는데 역시 아무도 없었다.

이때 목사님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주님 말씀하시옵소서” 하고 기도를 드렸다. 바로 그 순간 “내가 호주 원주민을 사랑한다” 라는 분명한 음성이 들렸다. 호주 원주민이 누구인지 아니 그 존재조차 모르는 목사님은 이후로 호주 원주민에 대해 알아보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급기야는 짐을 싸고 호주로 이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통해 처음으로 원주민들을 향해 직접 그 발걸음을 옮기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이토록 하나님은 호주 원주민을 향한 마음을 우리 한인교회에 부어주시고 그 마음을 가지고 그들을 향해 나아가기를 원하신다.

과연, 호주에 비해 작고 미약한 나라, 멀고 낯선 나라에서 온 우리 한인들이 그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줄 수 있기에 우리를 굳이 부르셨겠는가? 그들의 선생이요, 돕는 자가 될 때에는 결코 할 수 없는 사랑. ‘ 완전한 사랑, 두려움 없는 사랑 ‘ 이란,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친구의 사랑이 아니고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사랑이며, 그런 친구를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리는 사랑에까지 이르지 않고는 열매 맺을 수 없는 사랑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과연 그곳은 소망 없는 땅이었다. 광야요, 사막이요, 황무지였다. 땅이 안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소망 없는 잃어버린 영혼들로 인해 그 땅은 그렇게 불리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반드시 내가 광야에 길을 내고 사막에 강을 내리니 장차 들짐승 곧 승냥이와 타조도 나를 존경할 것은 내가 광야에 물을, 사막에 강들을 내어 내 백성 내가 택한 자에게 마시게 할 것임이라.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하여 지었나니 나를 찬송하게 하려 함이니라.”(사43: 19-21)

작년에 이어 제2차 인식여행을 또 보내시는 하나님, 우리 아버지의 마음! 그것은 지난 날 처참한 운명 가운데 버림받은 자요, 불쌍한 자였던 우리 한 민족에게 향했던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그 부르심에 순종한 자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우리 모두는 지금 어디에 있었을까? 이 시대 이 호주 땅 가운데, 이제 우리를 향해 부르시는 아버지의 외침을 듣는 것 같다.

“주께서 이르시되, 내가 누구를 보내며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
한인교회와 성도 가운데 반드시 이 부르심을 듣는 자 가 있을 것이다. “그때에 내가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라고 순종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지난해 제1차 인식여행을 통해 호주 원주민 한인선교회(KMIA, Korean Mission for Indigenous Australia)가 창립되는 열매를 가져왔다면 이번 2차 여행을 통해서는 하나님께서 어떤 새로운 일을 열어가실지 기대된다.

송영근/한의선교공동체,GAMA(Global Asian Medicine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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