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M과 함께 떠난 원주민 선교 인식여행

Category: 선교인식여행언론 보도

©황기덕

새벽 기도회를 마치고 서둘러 공항을 향해 달렸다. 한국을 다녀온 지 꼭 이틀만이다.

어느 듯 20년을 넘어선 호주 생활 중에 시드니를 벗어나 호주의 여러 곳들을 방문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나에게 또 다른 기억을 남기는 유익한 시간들이었다. 평소 비교적 하나님께서 주신 자유함을 풍성히 누리는 목사님의 권고와 유혹 속에서 이번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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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틴크릭 원주민 공동체에서 만난 원주민 어린이들. 이 마을에서 남자들을 별로 보이지 않았고, 여자와 어린이들만 보였다. ©황기덕

우리 일행은 시드니 한인교회 목회자 7명, 원주민 1명, AIM(Australia Indigenous Ministry) 총무와 우리가 타고 갈 중형 버스 운전을 담당한 로버트 등 모두 10명이었다.
우리는 이번 방문을 원주민 선교 인식여행이라 불렀다. 월요일 아침에 출발하여 토요일 저녁에 시드니로 돌아오는 목회자들에게는 부담스런 일정이었다. 5박 6일의 원주민 선교 현장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을 단기선교라 이름하기에는 어딘가 2%쯤 부족해서 일까, 아니면 단기선교라는 이름에 대한 조그마한 도전일까?

알리스 스프링스(Alice Springs)를 중심으로 호주의 가장 중심부에 위치한 내륙으로 찾아 들어간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비교적 도시와 동떨어진 원주민 공동체를 경험하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시드니에서 알리스 스프링스까지의 거리가 3,600km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를 태우고 다닐 버스를 운전하는 로버트는 이 먼 거리를 우리 텐트와 슬리핑 백 등을 싣고 우리보다 먼저 알리스 스프링스로 출발하였다

알리스 스프링스에 도착한 일행은 AIM 선교 사무실을 방문했다. 주일에는 교회로 사용되는 곳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지금까지 잘 볼 수 없었던 이상한 기호와 그림으로 된 표시들이었다. 원주민들만이 사용하는 그림 문자인 셈이다. 우리들의 눈에는 맥도날드의 상징인 M과 비슷한 모양인데 그들은 그것이 하나님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했다.

시드니에서 며칠을 달려온 버스를 타고 5시간 정도 호주 북쪽을 향해 달렸다. 말로 듣기만 했던 호주 내륙의 한 가운데 모습은 거대하고 광활한 평원에 가까웠다. 5시간을 달린 일행은 테난트크릭 원주민교회를 방문하게 되었다. 비교적 성공적인 교회의 한 모습이라고 한다. 많은 원주민교회들이 있지만 교회의 지도자들이 세워지기에는 상당히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마침 성경공부를 하고 있었고 우리 일행도 그 성경 공부에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낯선 사람들이 끼어들었음에도 별로 특별한 동요함이 없이 진행되는 것 같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여자들의 성경 공부 모임이 따로 진행되고 있었다. 좀 특이한 것은 우리 일행의 성경 공부 교재는 영어로 된 것이지만 여자들의 교재는 영어가 아닌 알리스 스프링스에서 보았던 원주민 기호들로 구성된 것들이었다.

처음 계획은 다윈이 있는 북쪽으로 엘리오트(Elliot)까지 더 올라갈 계획이었지만 사정이 생겨서 일정을 변경하게 되었다. 비포장 도로를 4시간은 족히 달린 것 같았다. 켄틴크릭 원주민 공동체에 도착했다.

호주에 와서 참 오랜만에 덜컹거리는 비포장 도로를 몇 시간 달리며 버스 창가로 스쳐 지나가는 거친 들풀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원주민 마을만을 위해 이런 도로를 만드는 호주에 대한 생각과 갇혀버린 자유인에 대한 이방인같은 삶이 눈 앞에 그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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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한인교회 목회자 7명은 AIM과 함께 5박 6일 일정으로 호주 원주민 인식여행을 다녀왔다. (정기옥, 장기수, 김진수, 고준학, 형주민, 조진호, 황기덕 목사) ©황기덕

보호와 격리, 그 구별의 애매함이 없지 않았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비포장 도로에 흘러내린 도로를 보수하는 차량이 원주민들을 돌보는 간호사처럼 보이는 것은 동정심에서 우러나온 작은 착각이었을지 모른다.

100명이 조금 넘게 산다는 원주민 마을, 첫 인상은 마치 어느 난민 수용소를 보는 듯했다. 집들은 모두 콘크리트 시멘트로 만들어진 집들이다. 먹을 것을 만들고 밤에 추위를 위해 나무 벽이나 마루 바닥을 떼어 사용했던 시행 착오를 겪으면서 개선책으로 나온 것이란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동네에 남자들은 별로 보이지 않고 여자들과 어린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물어보니 남자들이 축구를 하러 멀리 떠났다 한다.

원주민과 축구? 갑자기 무엇에 얻어 맞은 것 같은 멍한 생각이 든다. 또 하나 시드니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것이 눈에 확 들어왔다. 동네 주변을 카메라에 담을 때마다 카메라 앵글에 들어오는 것은 다름 아닌 방치된 개들이었다. 주인도 없이 동네에 수없이 널려져 있는 그 많은 개들을 그렇게 그냥 두는 것은 그 개들 속에 원주민들의 조상들의 혼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듣고 또 한 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원주민들만이 살아가는 집단 공동체를 방문할 때는 반드시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만 할 정도이지만 그곳에서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곳을 23년 동안 지키고 있는 AIM 선교사 부부였다. 그들은 시드니에서 살았던 지질학자부부였는데 그곳 원주민들을 위해 선교사로 헌신하여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좀 더 나은 동네 속에서 자기 신분 상승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가는 요즈음 시대 풍조 속에서 우리를 부끄럽게 만드는 무엇을 본 듯했다. 선교사 집 마당은 마치 어떤 자그마한 공장의 한 켠 같았다. 함께 살아가는 원주민들을 위해서 용접은 물론이고 모든 만물 수리상을 다 겸한 듯한 인상이었다.

원주민들과 함께 수요일 저녁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교회라고 해야 허름한 창고 비슷한 건물에 초라한 십자가가 하나 달려 있는 것이 전부였다. 목사인지라 당연히 예배당 안이 궁금했는데 수요일 저녁 예배인데도 예배당 안이 아니라 마당에 화롯불을 피워놓고 둘러 앉아 찬양을 부른다.

선교사가 예배당 바로 옆에 놓인 굳게 닫힌 콘테이너 속에서 찬양집을 꺼내온다. 선교사의 기타 반주에 맞추어 한 번은 영어로 한 번은 원주민 말로 찬양을 해나간다. 선교사 옆에는 선교사에게 얻었는지 기타를 들고 치는 듯한 흉내를 내는 소년이 있었다. 멋 훗날 어떻게 쓰임받을지도 모른다는 나의 주문과 같은 축복과 기도가 그 소년에게로 흘러간다.

찬양을 하는데도 자꾸만 나의 시선이 건너 편 사람들이 모여 쪼그리고 있는 곳으로 빼았기고 있었다. 아까부터 무엇을 하는지 10-20명의 대부분의 여자들이 윷놀이 모습처럼 둘러앉아 있었다.

물어보니 겜블을 하느라 그렇단다. 원주민 여자들의 마음을 다 빼앗아 가는 유혹들이다. 교회에 나오는 여자들이 그들과 함께 겜블을 하지 않기에 보이지 않는 왕따를 당하기도 한단다. 기독교인들의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작은 핍박이라고 말하면 너무 거창한 표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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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마을에는 주인 없는 개들이 많았다. 원주민들은 그 개들 속에 자신들 조상들의 혼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황기덕

원주민 마을을 나오는데 길가에 버려진 차들이 보인다. 타고 가다가 고장이 나면 고칠 줄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버리고 간다는 말에 사뭇 당황하다가 더 황당한 일을 보고 말았다. 그것은 한 쪽 바퀴가 터진 채로 차를 몰고 가고 있는 원주민을 보게 되었다. 그것도 얼마쯤 가면 공장이 있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도 몇 km를, 어쩌면 몇 10km를 더 가야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터진 타이어로 그냥 달리는 것이 어쩌면 원주민들의 현 주소를 보는 것 같은 안타까움이 있었다.

이번 인식여행이 원주민들을 처음 보는 것은 물론 아니다. 몇 년 전에도 케인즈를 거쳐 타운즈빌에 있는 원주민들의 공동체를 둘러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곳은 원주민들만을 위한 학교가 있었고 타운즈빌 도시의 영향 아래 살아가는 원주민 공동체였다.

원주민들의 모습을 가슴에 담고 달리는 버스 곁으로 야생 낙타가 멀거니 우리를 쳐다본다. 조금 떨어진 나무 위에 앉아있는 제법 큰 독수리를 보았다. 호주에서 생각지 못한 풍경이다. 마치 지금까지 수없이 본 것과는 조금은 다른 원주민들의 생활을 본 그것을 상기시켜 주는 것 같았다.

이름 그대로 원주민 선교 인식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을 주선해 주고 함께 동행하며 안내해준 안디옥장로교회 정기옥 목사께 정말 감사한다. 다음 번에 이런 여행이 있다면 시드니 한인교회 목회자들께 한 번쯤 꼭 권하고 싶다.〠

황기덕 | 동산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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